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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 형사 · 행정

대법원이 그 강제추행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한 이유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는 것은 소급효금지의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A라는 행동을 했을 때, 그 당시에 범죄로 평가되었던 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법률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을 이해했을 때,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얼마 전,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목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A씨는 신도인 B씨를 상대로 2011년, 2013년에 각각 한 차례씩, 그리고 2015년에 신도 C씨를 상대로 7차례의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 피고인 A씨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피해자들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내는 등의 행태를 보였습니다. 범행사실 자체도 인정되는데다 죄질까지 나빴던 까닭에 1심에서는 유죄판결과 함께 2년의 징역을 선고했죠. 2심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건을 심리한 결과 결론을 뒤집어버렸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뒤집게 된 원인은 "A씨가 강제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어차피 대법원에서 다루는 3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해 다투지는 않죠. 대법원이 이 사건을 뒤집은 이유는 다름 아닌 "2013년에 저지른 범행 시점이 확실하지 않다"는데 있었습니다.

 

 

중요한 날짜는 바로 2013년 6월 19일입니다. 이 날은 바로 2012년 12월 18일 개정된 형법이 시행된 날이죠. 문제는 2012년 12월 18일의 개정에서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을 삭제했다는 데 있습니다. 부칙에서 "제306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한다"고 못박고 있기까지 합니다.

 

 

 

 

 

 

 

 

즉 A씨가 해당 범죄를 저지른 시점이 2013년 6월 19일보다 앞인지 뒤인지가 명백하지 않으니, 이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해당 범죄가 친고죄인지 비친고죄인지에 따라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이 큰 폭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가령 피해자인 B씨가 고소기간 내에 적법한 고소를 하지 않았었더라면, 공소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요. 따라서 "하급심이 당연히 직권조사 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대법원의 판단은 일반적인 법감정에서 다소 벗어났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법 적용의 엄격함은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입니다. 이처럼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얘기가, 실제로 적용했을 때 반드시 나에게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치밀하게 해결책을 탐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