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는 친권자가 법정대리인이 되며,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자가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경우에는 2차적으로 후견인이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이 내용은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식에 가까운 내용이죠. 그런데 과연 미성년자가 보험을 가입할 때에도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대신해서 서명을 한 경우, 효력이 있을까요?
사실 이 내용은 상법규정을 조금 더 들여다 봐야 합니다. 상법은 제731조에서 타인의 생명의 보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제1항에서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피보험자 본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동의가 없을 경우 이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그런데 미성년자의 친권자는 법정대리인으로서 이 동의권을 대리할 수 있습니다. 보험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도 피보험자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친권자의 성명과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까닭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보험자 입장에서 상법 제731조 제1항을 근거로 보험계약이 무효라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행사라고 주장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주장이 유효하다가 볼 수는 없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볼 때, 일반상해사망담보에 관한 내용은 당연히 피보험자와 그 친권자인 부모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 대해 민법은 제921조 제1항에서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친권자가 이 동의권을 대리할 수 없고 특별대리인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더불어 보험자가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도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못합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상법 제73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는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외에도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의 조건으로 삼는 데서 오는 공서양속의 침해 위험성을 배제하려는 취지도 들어 있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하며,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입법 취지 자체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상법은 제732조에서 15세 미만인 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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