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법은 속지주의에 아울러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처벌하며, 동시에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것이 어디였든 처벌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형법 제2조와 제3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원정도박, 원정성매매, 외국에서의 마약사용 등이 처벌대상이 된다는 건 이제 일반상식이죠.
그런데 이게 곧 외국에서 저지른 국내법 위반이 꼭 처벌대상이라는 뜻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 2월 8일에 대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일본에서 안마시술업소를 운영하며, 마사지 및 유사성교행위를 알선하여 의료법위반 및 성매매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의료법위반 사건으로 다뤄진 이유는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를 하는 행위가 의료법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의료법에서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이, 그것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고 있는 경우에만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만 안마사가 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격인정을 받지 않고 영리목적으로 안마를 했다면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되죠.
일단 국내에서 이런 불법 안마시술업소를 운영했다면 의료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운영을 한 사람 역시 처벌을 받게 되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않은 사람이 외국에서 안마시술업소를 운영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위에서 언급한 원정도박, 원정성매매의 경우처럼 당연히 처벌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의 의료법위반에 대한 부분은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외국에서 허가 없이 안마시술업소를 운영한 것이 국내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파기된 부분은 의료법위반의 유죄판결에 관한 부분입니다. 즉 유사성교행위를 제공한 성매매처벌법 위반은 그대로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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