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상속채무를 면할 방법은 두 가지죠. 바로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입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을 승인하되 상속채무의 변제를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하도록 하는 방식이며,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하게 되면 후순위 상속인은 신경쓸 게 없습니다. 다만,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게 될 경우에는 후순위 상속인 역시 상속을 포기해야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채무가 상속포기를 했는데도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습상속에 관한 규정 때문인데요.
대습상속의 간단한 예를 들자면 할머니(A)가 사망하기 전에 아버지(B)가 사망했을 경우, 할머니의 형제자매(A`)가 아니라 본인(C)이 선순위 상속권자로서 상속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내용에서 다른 상속권자의 존재가 없다고 가정할 때, B가 사망했을 당시 상속인인 C가 상속포기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2순위 상속권자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입니다. 이 내용에서는 A가 되겠죠. A는 C가 상속포기를 했기 때문에 다음 순위 상속권자로서 B의 재산을 상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별다른 재산 없이 아들의 재산을 상속한 A가 사망하게 되면 C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B의 재산에 대한 상속포기를 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요?
대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C가 따로 상속포기를 하지 않는다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속포기를 이유로 대습상속 포기의 효력까지 인정한다면 상속포기의 의사를 명확히하고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꾀하고자 하는 상속포기제도가 잠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즉 A의 사망으로 대습상속이 개시되었을 때, 상속인인 C가 이 채무를 피하기 위해서는 B에 대한 상속포기와는 별도로 다시 민법이 정한 기간 내에 상속포기의 방식과 절차에 따라 A를 피상속인으로 한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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