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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 형사 · 행정

술에 취했다면 무조건 감경, 과연 그럴까?

  당연한 얘기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법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법은 견고하고 치밀한 논리 위에 구성되어 있는 건축물입니다. 때로는 법감정에 맞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논란을 빚기도 합니다만, 가만히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구조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법감정과 법의 괴리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라면 "주취감경"이 대표적이죠. 술에 만취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형량에 감경을 받는 것은 선량한 시민이 볼 때 지극히 불합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고루한 잠언이나, "술이 잘못한 것이지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는 군자연한 생각 때문에 내려지는 결론은 아닙니다.

 

  현대의 형법 체계에서 어떤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 범죄자에게 책임을 질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책임주의라고 하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해당 범죄자는 합법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맹수가 사람을 물어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살인이라고 하지 않고, 그 맹수에 대해서는 살처분을 할지언정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물론 누군가 그 맹수를 도구로 이용해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면, 맹수를 도구로 이용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것 입니다).

 

  그래서 형법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처벌하지 않고, 같은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경우에는 형량을 감경합니다. 술에 만취한 사람의 경우 바로 이 심신미약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법률상 감경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형법에서는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상 감경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를 법학에서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선고되는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형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는 법률상 감경과 작량 감경이 있죠. 주취감경의 경우에는 전자인 법률상 감경이기 때문에, 판사가 마음대로 감경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특정 범죄의 경우에는 이 원리를 벗어나 있기도 합니다. 성폭력범죄가 대표적이죠.

 

  근거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20조입니다. 여기에서는 형법상 감경규정에 대한 특례를 두고,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특정 성폭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위에 언급한 심신장애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판사의 재량에 따라 배제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또 복잡한 법리다툼을 벌여야 하는데, 이 특례조항을 통해 손쉽게 주취감경을 배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결코 검토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피고인의 방어전략에는 이런 복잡한 내용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형사절차에서 법률전문지식은 그야말로 생명선이나 다름이 없으니, 형사사건에 연루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법률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