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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 채권추심

처분문서의 증거력과 차용증 작성 시 유의할 점은?

민사소송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대여금 청구사건인데요. 살다보면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한 번쯤은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채무자가 돈을 갚기로 한 제 날짜에 돈을 갚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돈도 잃고 사람도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이 때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송으로 다투게 되는 경우 원고와 피고가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렸다는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관계에 대해 원고와 피고가 서로 다툼이 있을 때에는 이에 대한 입증책임이 문제가 되는데요.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원고가 자신에게 그러한 권리가 있음을 법관에게 입증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원고가 피고에게 실제로 돈을 빌려주었다 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돈을 빌려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원고는 소송에서 승소할 수가 없게 되는데요.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대표적인 증거로는 차용증이 있습니다. 차용증을 작성할 때 법적으로 특별히 요구되는 양식은 없는데요. 그러나 대체로 ① 채권자의 인적사항 ② 채무자의 인적사항 ③ 차용금액 ④ 변제기 ⑤ 이율 ⑥ 차용문구 ⑦ 채무자의 서명, 날인 등을 기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기에서의 인적사항에는 보통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주소가 적히는데요.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특정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차용증이 증거로 제출되었다고 하여 그 차용증에 적힌 내용의 사실관계가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닌데요. 이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해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공문서와는 달리 차용증과 같은 사문서는 그것이 증거로 제출되었다고 해서 그 차용증의 내용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지 않고, 증거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문서의 진정을 입증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공문서와 달리 사문서의 경우 소송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여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인데요.

 

 

 

그런데 판례는 차용증과 같은 처분문서의 증거력과 관련하여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면 실질적 증거력도 추정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처분문서에 찍혀 있는 인영의 진정(인장이 자신의 도장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날인의 인정(인장 소유자의 의사로 인장을 찍었다는 점)이 인정되고, 날인의 진정이 인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의해 그 처분문서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하여 자유심증주의를 제한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차용증을 증거로 제시하고, 차용증에 찍힌 피고의 인영이 피고의 것이라는 점에 대해 다툼이 없거나 혹은 피고의 인영이라는 점이 입증되었다면 차용증에 기재된 사실관계가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자신의 권리를 입증한 것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그때부터는 채무자인 피고가 차용증에 찍힌 인영이 자신의 인영인 것은 맞지만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문서가 작성되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데요.

 

 

 

다만 여기에서 주의하실 점은 위와 같은 2단 추정이 인정되려면 그 전제로 인영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차용증에 채무자인 피고의 인감도장을 받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소위 말하는 막도장은 누구나 아무 이름으로 인장을 만들 수 있으므로, 차용증에 채무자 이름의 인영이 있어도 그 인영이 채무자의 것이라는 점에 대해 입증이 필요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그 인영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위조의 항변을 한다면, 원고가 차용증의 인영이 피고의 인영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이는 사실상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채무자가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먹고 차용증을 작성할 때 막도장을 찍어주고 소송에서 자신의 인영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할 경우, 원고로서는 피고가 차용증에 찍은 인장을 다른 곳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 등을 들어 차용증의 인영이 피고의 인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그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차용증은 증거로 채택되기가 힘들다는 사실 유념하셔야겠습니다.

 

 

 

따라서 차용증이나 매매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를 작성할 때에는 인영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감도장을 사용하는 것이 인영의 진정을 입증하는데 유리합니다. 만약 차용증을 작성할 당시 인감도장이 없다면 무인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무인은 지문대조를 통해 쉽게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인감도장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