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건물은 건축법 등 관계법령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허가나 신고를 하지 않은 건물을 말하는데요. 이러한 건물은 건축 당시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위험하고 노후할 뿐만 아니라 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재개발이나 마을 재정비 사업에서 철거 1순위로 꼽히곤 하는데요. 하지만 무허가 건물이라 하더라도 주거용으로서 주민이 살고 있을 경우에는 무작정 철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기 소유물에 방해가 발생했을 때 소유자는 소유권에 의해 방해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데요. 우리 민법 제214조에서는 소유권 방해의 제거청구와 방해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허가 건축물의 주민과 같이 소유권이 없는 자에게는 방해제거를 청구할 권한이 없는 것일까요? 관련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마을은 주민자치회에서 개발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재개발하기로 하였는데요. 마을 재개발에 대해 주민들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분쟁이 장기화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1년 관할 자치구는 A마을 자치회와 함께 마을에 있는 일부 주택에 대해 철망으로 폐쇄조치를 하였는데요. 여기에 반발한 주민 B씨 등은 관할 자치구와 주민회에서 자신들을 강제퇴거시키고 집을 폐쇄하여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안에서 1심은 건축법에 의거하여 구청은 무허가 건축물에 대해 철거나 사용금지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구청의 폐쇄조치는 정당하다고 인정하며, 마을자치회는 권한없는 제3자가 적법한 절차 없이 B씨 등의 점유를 침해한 것은 불법행위로써 무허가 건축물 주민들에게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이후 B씨 등은 소송취지를 변경하여 가옥을 폐쇄한 철망을 제거하라는 청구를 하였고,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의 결과가 뒤집어졌는데요. 철망과 같은 방해제거를 청구한 B씨 등은 해당 가옥에 대하여 법적인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소유권에 기인한 방해제거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B씨 등이 주장하는 주거권은 방해제거 청구권의 권원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으로서, 방해제거는 물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는데요.
민법 제205조에 따르면, 점유권에 기한 방해제거 및 손해배상 청구권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소유권에 기인한 방해제거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와는 달리 1년의 기한이 있다는 사실인데요. 점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은 방해행위가 종료한 날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위 사안에서 B씨 등은 철망 등이 설치된 지 3년을 넘기고서 소송을 제기하였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인정되지 못했던 것인데요. 비록 소유권이 없는 자라 할지라도 사실상 점유를 하고 있다면 방해제거를 청구하거나 혹은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청구권은 소유와 점유에 따라 청구기한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점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로써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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