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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 형사 · 행정

남편을 강간한 아내, 유죄일까요?

우리 형법에서는 강간죄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이는 2012년에 개정된 조항입니다. 과거에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자로 한정하고 있었으나 2012년 개정을 통해 남자도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간죄를 떠올릴 때, 배우자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실제로 강간은 상대가 배우자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습니다.

 

 

 

즉,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강간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때 폭행 또는 협박의 수단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유형력으로 상대를 억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조건 때문에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인이 남편을 상대로 강간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부인 A씨는 10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유지해왔으나 불화를 겪고 관계가 소원해져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혼소송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얻기 위해 지인의 도움을 얻어 남편을 감금하고 손발을 묶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A씨는 손발을 묶은 남편에게 본인이 외도하여 이혼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강요하여 녹음하였고, 결박된 남편에게 강제로 성관계하여 강간의 혐의로 기소가 된 것인데요.

 

 

 

이 사안에서 재판부는 부인 A씨가 피해자인 남편을 감금한 것이 외도를 확인하여 사과를 받고 결혼 생활을 지속하려는 의도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감금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며 위해를 가하여 강간할 의도로 감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사건 당시 부인이 요구하지도 않았던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A씨만을 사랑한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이 있고, A씨와 남편 사이에 성관계 전 교감이 있었으며 남편의 설명이 합리적이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였는데요.

 

 

 

 

 

 

또한 A씨의 남편이 손발이 묶였다고는 하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제한적인 활동이 가능한 상태였으며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력이 있었다고 보기 힘든 점을 들어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감금치상과 강요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결국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는데요.

 

 

 

법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부사이의 성생활을 제3자가 개입하여 평가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국가는 부부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아무리 은밀한 부부 사이의 일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감금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마찬가지로 형법상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점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로써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