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은 강제수사의 방법 중 하나로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영장주의가 적용되는데요. 즉 채혈에 대해 사전영장이 필요합니다. 피의자를 체포, 구속하는 경우에는 사전영장이 없어도 채혈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혈액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후영장이 필요한데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당사자의 동의에 의한 채혈의 경우에 채혈의 동의는 당사자가 하여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당사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경우라면 형사소송법 제26조를 근거로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자식의 채혈에 대한 동의를 대리할 수 있는 것일까요?
형사소송법 제26조는 형법 제9조 내지 제11조의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범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때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9조 내지 제11조 규정은 모두 책임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에 관한 규정들인데요. 여기에는 형사미성년자, 심신장애자, 농아자 등이 포함됩니다. 형사미성년자는 만14세 미만인 자를 말하는 것으로, 고등학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데요. 그리고 음주운전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이와는 달리 미성년자가 농아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사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형사소송법 제26조가 적용되는 사안이 될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드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26조가 적용되는 사건이 아니므로 부모가 채혈의 승낙을 대리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오직 미성년자만이 채혈에 관한 동의를 할 수 있고,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법정대리인이 채혈을 동의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26조의 규정이 그에 대한 명문의 규정은 아닌 것인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본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26조가 적용되는 사건이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사실 형사소송법 제26조는 실무상에서는 적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은 조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6조가 적용되는 경우 중 하나가 바로 담배사업법 위반의 경우를 들 수가 있는데요.
담배사업법 제31조에서는 이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형법 제9조, 제10조 제2항, 제11조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허가받지 않고 담배 판매업을 하는 등 담배사업법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미성년자도 처벌의 대상이 되고, 심신미약자나 농아자의 경우에도 형이 감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서에서 징역형을 내리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는다 라고 하여 벌금형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규정인데요. 즉, 형사소송법 제26조는 담배사업법 제31조와 같이 명문으로 형법 제9조 내지 제11조의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범죄에 해당할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의 위반이 쟁점인 사안에서는 적용되는 조문이 아닌 것입니다.
결국 채혈의 동의와 관련해서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대리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의사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미성년자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한 채혈은 강제채혈로서 영장주의가 적용되고, 영장없이 채혈하였다면 비록 미성년자가 의식이 없어서 부모님의 승낙을 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이 혈액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로써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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