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하는 상대를 밀치는 행위도 폭행일까요?

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붙다보면 사소한 원인으로 시작하고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때리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심코 한 행동으로 폭행이나 협박죄의 혐의를 받게 된다면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어떤 경우에 폭행죄가 되는지 혹은 정당방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야구장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야구장 출입구 앞에서 통닭을 판매하던 B씨에게 행상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며 외부로 나가라고 말을 하였는데요. B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때려보라며 달려들어 A씨가 어깨를 이용하여 B씨의 몸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린 사안입니다.

결국 A씨는 폭행죄 혐의로 기소가 되었는데요.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의 행사인 폭행을 가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는 범죄에 해당됩니다. 위 사례에서 A씨가 어깨로 밀친 것을 폭행죄에서의 유형력의 행사로 보고 기소하게 된 것인데요. 법원은 위 사례에서 A씨의 행동이 폭행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한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고려되었는데요. 실제 사건 당시 A씨의 요청에 피해자가 먼저 도발을 한 점과 특별한 폭력의 행사라기보다 순간적인 접촉에 피해자가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목력자의 증언, 피해자가 아무런 외상이 없었던 점, 사건 당시 A씨가 먼저 경찰에 신고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공격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될만한 행위로 형법 제20조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즉, 합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을 없애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요. A씨의 경우 매점을 운영하는 업주로서 자신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행상을 단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것이고, 이 같은 단속행위가 폭행이나 협박 등의 수준이 아니라면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 것인데요.

무엇보다도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때려보라며 머리와 몸을 내밀은 피해자에게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A씨와 피해자의 어깨가 맞닿아 피해자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사실로 미루어 보아 A씨의 행위는 사회윤리 내지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방위로 판단된 것입니다.

사소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유형력의 행사조차도 폭행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그 혐의가 인정되느냐의 여부는 구체적인 정황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한 정당한 방어행동이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격자의 진술이나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필수적이라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