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 정당방위는 어디까지 인정되는 것일까요?

정당방위라는 말은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보통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의 위협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쯤으로 알고 계실 텐데요. 실제로는 그 정도나 범위에 따라 정당방위로 인정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또 다른 폭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닥친 위험을 어떻게 방어해야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정당방위에 대해서는 우리 형법 제2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등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형법상 벌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말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그 행위가 타인에게 위협이 될지라도 방어하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된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때 정당방위가 온전히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는 점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먼저, 현재의 부당한 침해란 자신의 법익에 대한 침해가 급박한 상태에 있거나  방금 막 개시되었거나, 혹은 아직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즉 침해행위가 계속되고 있어야만 하고, 과거나 장래의 침해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내일 자신을 해치러 올 것을 알게 된 경우 그 자를 오늘 미리 찾아가 살해한 때에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사례 하나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사례] 알코올 중독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해 온 부인이 어느 날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려던 중 남편에게 머리를 붙잡혔는데요. 부인이 이를 뿌리친 후 발로 걷어차는 과정에서 남편이 급성 뇌출혈을 일으킨 사건입니다. 1심에서는 부인의 행동이 남편의 행위에 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 무죄로 판단했는데요. 이후 항소심에서 남편의 침해행위는 머리를 잡은 손을 놓친 순간 종료된 것으로 보고, 그 후 부인이 뒤돌아 발길질을 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또한 그 침해는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등에 대한 것이어야 하는데요. 이에 대한 사례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례] 같은 아파트 이웃인 A씨와 B씨는 A씨가 강아지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풀어놓고 다니는 것으로 자주 시비가 되었었는데요. A씨가 견주 B씨의 강아지를 때리자 견주 B씨가 A씨를 밀치고 얼굴을 때린 사건입니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B씨의 강아지를 때린 것으로, 직접적으로 B씨를 폭행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밀폐된 공간에서 건장한 남성이라는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위협적이었으므로, 견주 B씨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는데요.

 

 

 

특히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정당방위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그 일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은데요.

1. 방어행위일 것. 2. 도발하지 않았을 것. 3.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 4.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이 아닐 것. 5. 흉기나 기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6.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이후의 행위가 아닐 것. 7.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을 것. 8. 전치3주 이상의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 등입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행위로서의 정당방위가 때로는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서 도리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하는데요. 법적인 요건을 미리 숙지하고 지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과 당시 상황을 충분히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일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 기억하시고, 전문적인 법률상담으로 신속하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