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지만, 시골에서는 간혹 다른 사람의 땅에 집을 짓거나, 혹은 누구 소유인지도 모르는 땅에 분묘를 설치하거나 또는 소유자가 불분명한 땅에서 수십 년간 농사를 짓는 일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일이 부모 세대로부터 진행되어 계속 내려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이 이 땅에서 수십 년간 살았고, 그동안 아무도 나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없었으니 이 땅은 당연히 내 땅이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몇 년째 점유해오고 있다는 이유로 이런 경우에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인정할 수 있다면 진정한 권리자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 헌법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사유재산제도이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소유권에 있는데요. 따라서 민법에서는 무엇보다도 소유권을 아주 강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하게 보호되고 있는 소유권을 권한 없는 사람이 장기간 점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빼앗아가게 하는 것은 섣불리 인정하지 않는데요. 다만 실제 권리관계와는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어 권한없는 사람이 장기간 점유하고 있고, 실제의 권리자가 그 상황을 계속 방치하고 있다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기에는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위해 민법에서 특별히 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취득시효" 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인데요. 취득시효란 물건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한 외관이 일정 기간 계속되는 경우 그 외관상 권리자가 진실한 권리관계의 여부를 떠나 물건의 권리를 취득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물권은 오랜시간이 경과했다고 하여 소유권을 잃게 되는 일은 없지만, 위와 같은 취득시효로 인해 기존의 소유자의 소유권이 상실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취득시효에서의 시효라는 제도는 진실한 권리자의 권리 행사의 태만을 제재하고 오랜 기간 지속된 권리관계를 인정해서 사회질서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인데요. 법에서는 시효라는 제도를 두 가지 용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하나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취득시효이고, 다른 하나는 소멸시효 입니다. 잠깐 차이를 살펴보자면, 취득시효는 물권을 대상으로 하고, 소멸시효는 채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른데요. 물권은 물건을 직접적으로 사용, 수익, 처분 가능한 권리라고 하는데, 여기에 대표적인 것이 소유권입니다. 다음으로 채권은 누군가에게 그 특정의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즉 특정 채권자가 다른 특정 채무자에 대해 그의 채무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모습으로 권리행사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취득시효를 통해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까요? 우리 민법에서는 동산의 점유취득시효, 부동산 점유취득시효, 등기부 취득시효 이렇게 3가지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간단하게 글 제일 앞쪽에서 언급한 사안과 관련 있는 부동산 점유 취득시효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기간의 점유를 이유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①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즉, 소유의 의사로) ② 20년간 ③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가 ④ 등기 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①에서의 소유의 의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것인데요. 이 땅을 내가 가지고 소유하겠다는 생각으로 점유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람의 내심의 의사는 다른 사람이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을 근거로 파악할 지가 쟁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판례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우리 민법은 민법 제197조에서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취득시효가 문제 되는 경우 점유자는 20년간 점유했다는 사정만 입증하면 됩니다. 결국 기존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권리자가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것인데요. 이 때에도 판례는 자신에게 점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단으로 점유한 경우라면 자주점유 즉, 소유의 의사로서 점유했다는 추정은 깨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부모세대로부터 진행되어서 내려오는 경우에 점유자는 이전의 부모가 점유한 기간까지 합쳐서 20년만 넘으면 되지만, 이런 경우 이전의 부모의 점유가 자주소유가 아니라면 현재의 자신의 점유 역시 자주 점유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즉 위의 ①, ②, ③ 의 모든 요건을 갖춘 점유자는 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효과는 점유를 개시한 시점으로 소급하기 때문에 등기한 시점에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A씨가 B씨 소유의 토지를 오랜 기간 점유하고 있으면서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B씨 소유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A씨는 그 토지 위의 건물을 철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데요. 그러나 만약 A씨가 현재 점유 중인 토지에 대해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B씨가 주장하는 청구를 거절하고 오히려 B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주택의 전체 면적이나 침범한 부분의 면적, 소유자 토지의 전체 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요. 만약에 이 때에 주택이 1전체 00평인데 침범 부분이 1평 남짓 되는 면적이라면, 점유자가 자신의 땅으로 착각하여 침범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100평 중에 침범한 부분의 면적이 40평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당연히 알고 침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판례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이로써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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