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억지스럽고 꾸민듯한 행동을 평가할 때 일상언어로 "작위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곤 하죠. 그런데 같은 한자를 쓰는 작위(作爲)도 법률용어로서는 상이한 뜻을 갖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의도적으로 행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죠. 그렇다면 부작위(不作爲)는 어떤 뜻일까요?
작위가 '어떤 것을 하는 행위'라면 부작위는 '하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에서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것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작위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작위를 하지 않은 행위, 즉 부작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겠죠.
물론 행정관청이 마땅히 해야 할 작위의무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라면 부작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국가배상법에서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죠.
다만 법령에서 공무원으로 하여금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판례를 통해 확립되어 있습니다.
즉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대한 보호를 본래적 사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에서는 부작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 경우에는 부작위로 인해 국민에게 발생하는 손해의 심각성과 절박성, 그리고 예견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1980년,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임야에 무허가 주택으로 이루어진 촌락이 낙석붕괴사고로 손해를 입은 사건에서, 주택가에 돌출하여 위험이 예견되는 자연암벽을 사전에 제거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부작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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