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취급에 관련한 내용을 다루는 마약류관리법의 엄정함은 정평이 나 있습니다. 마약류의 단순 투약이나 흡연 역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수출입이나 매매 등에 관한 사건이라면 실형을 모면하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게다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은 그 특수성 때문에 다른 범죄에서는 보기 어려운 몇몇 행태가 발견되곤 하는데요, 수사공헌에 관한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에는 흔히 유죄협상으로 부르는 플리바게닝이 도입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제도의 도입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지금도 찬반논란이 거센 상황입니다. 사법제도가 형해화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너무나도 타당하며, 복잡하고 교묘한 현대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이에 유사한 방법이 현재에도 마약수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약범죄는 전형적인 암수범죄입니다. 암수범죄는 특정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범죄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범죄를 말합니다. 그만큼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마약범죄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원에서는 마약범죄를 저지른 자가 수사협조를 한 경우에 이를 참작하여 형량을 감경하는 방법으로 수사협조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수법도 있습니다. 마약범죄를 저지른 자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마약범죄를 만들고 이를 제보하여 자기의 형량을 줄이려는 수법입니다. 없는 사건을 만들어서 수사협조를 하는 이 수법은 때로 선량한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사법당국은 용서 없는 처벌로 대응하고 있죠.
지난 2018년 1월에는 이런 형량 감경을 목적으로 한 수법에 도움을 제공한 A씨에 대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마약전과를 가진 A씨는 형사처벌을 목전에 둔 친구의 요청으로, 수사협조를 위한 사건을 만들기로 작정했습니다. C가 알려준 마약전과자에게 국제우편으로 필로폰을 보내고,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단속되도록 하는 방법을 시도했죠. 결국 이 작전은 수사기관에 의해 들통났고,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법원은 "무고한 사람을 마약범죄자로 만들려고 하여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하려고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게다가 다수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전과가 있는데다 심지어 누범기간 중에 이 범죄를 저지른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하려 하지도 않았으며 실제로 유통되지도 않았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보았죠. 그 결과 A씨에게는 5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비록 필로폰의 유통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이 범행 자체의 중대함을 시사하는 내용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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