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 덧 십여년이 지났는데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경우 금전적인 채무관계로 인해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빚을 갚기 위해 또 다시 성매매에 나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갚아도 갚아도 끝나지 않는 빚의 굴레,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경우, 선불금이라는 것을 받게 되는데요. 이것은 월급을 가불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미리 채무관계를 맺은 후 성매매업소에서 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에 이르기까지 그 금액도 다양한데요. 하지만 이 선불금은 일을 해나가면서 갚을 수 있는 단순한 채무가 아닌 것이 문제입니다. 각종 명목으로 선불금에 금액이 더해지거나 이자가 붙거나 혹은 추가로 선불금을 더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하지 않는 채무를 계속 지게 되는데요. 문제가 되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례] ㄱ씨는 ㅇㅇ보도방이라는 유료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ㄴ씨의 소개로 인근 유흥업소에 취직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ㄴ씨는 ㄱ씨에게 선불금으로 920만원을 지급하였고, ㄱ씨는 취직한 업소에서 근무하며 직업소개료인 매월 70만원과 선불금의 이자 45만원을 변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ㄴ씨가 200만원을 추가로 대여해주었고, 결국 이자와 원금을 합산하여 1400만원의 채무를 지게 된 사안인데요.
성매매 알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서는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한 사람이나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고용한 사람이 그 행위와 관련하여 성매매 종사자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민법 제747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는 법률행위의 원인이 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즉 윤락행위 및 그것을 유인하거나 강요하는 행위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선불금 등의 명목으로 제공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은 불법원인급여로써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성매매와 관련 있는 경제적 이익은 모두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판례 또한 있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위 사례에서 법원은 ㄴ씨가 ㄱ씨에게 스스럼없이 920만원의 돈을 빌려줄 만한 친분이나 정황이 없고, ㄱ씨는 지속적으로 유흥업소에서 윤락행위를 해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ㄴ씨는 ㄱ씨로부터 성매매로 인한 수입으로 변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보았는데요. 위에서 말씀드린 대여금은 이른바 선불금으로서 성매매와 관련된 이익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대여행위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서 ㄱ씨는 이를 갚아야 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성매매, 사지도 팔지도 말아야 하겠습니다만 실상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채무관계라는 족쇄로 윤락업소에 종사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될텐데요. 제도적인 구제의 길이 열려 있는 만큼 법률상 도움을 얻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로써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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