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을 때, 스스로 가져와도 괜찮을까요?

보통 돈을 주고 받는 일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들하고 엮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일 경우 변제일이 넘어 갚지 않으면 법적인 절차에 의해 처리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가족은 쉽게 법적 절차에 맡기기가 곤란하기 때문이죠. 빌려갈 때는 다음주라도 당장 갚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막상 변제일이 다가오면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경우, 혹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라는 이유로 변제기한 없이 돈을 빌려준 경우에 문제가 됩니다. 오늘은 채무자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을 때 채권자가 비록 자신의 권리라 하더라도 채무자의 돈을 스스로 가져오는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포스팅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형법에는 자구행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민법에서는 자력구제라고도 하는데요. 말그대로 권리자가 권리에 대한 불법한 침해를 막고 국가기관의 법정절차에 의하여는 권리보전이 불가능한 경우에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그 권리를 구제,보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씀 드린것처럼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외국으로 도주하는 채무자를 채권자가 체포하는 경우,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는 손님을 붙잡아 그 대금을 받는 경우, 우연히 만난 절도범으로부터 훔쳐간 물건을 강제로 회수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권리라 하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원칙인데요.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까지 법적 절차로만 해결하라고 하면 그 효과를 거두기에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생기고 사실상 권리확보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자구행위라 하여 일정한 요건하에 있어서는 위법성이 배제되므로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민사, 형사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채권자가 청구권 보전하기 불가능해서 실현한 경우라 하더라도 즉시 자력으로 하지 않으면 청구권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해지는 긴급사정이 필요한데요. 법정 절차에 의한 청구권 보전은 불가능하더라도 충분한 담보가 확보되어 있는 때에는 청구권의 실행이 가능하다고 보므로 이러한 경우는 자구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대로 채무자가 해외로 도피하려고 하더라도 채무자에게 인적, 물적 담보 등이 확보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자구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때에 출국하려는 채무자를 붙잡아 경찰서로 끌고 가려고 하다가 상해를 입혔다면 상해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사실관계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요. 권리실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상해의 정도가 중한지 여부에 따라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다만 자구행위가 지나쳐서 상해가 상당성의 정도를 초과할 때는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채권자가 채무자 모르게 채무자의 물건을 가져오거나, 채무자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데도 강제로 가져오면 절도죄나 강도죄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채무자가 돈을 안갚으면 화가 나서 함부로 상대방의 물건을 가져오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는데요. 이럴 경우에는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될 수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