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재산분할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협의이혼을 하기 전, 마친 후를 불문하고 양 당사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가지게 되며 그 의무를 면할 수는 없습니다.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혼인관계가 이혼관계로 성립된 때에 비로소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A씨는 아내 B씨의 외도를 목격하고 B씨에게 재산분할을 포기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각서작성을 요구하였습니다. B씨는 A씨의 요구대로 위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주고 얼마 뒤 집을 나가 A씨와 별거하며 지냈습니다. 이혼하기 전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던 때에 작성한 이 재산포기각서는 이혼 법정에서 효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판례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이혼할 것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부부의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 혹은 분배하려는 목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대하여 논하고, 기여도와 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하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이상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가할 뿐이므로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은 혼인관계 상태에 있다면 재산분할청구권 포기각서는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각서가 작성된 시점, 경위 등을 따졌을 때 각서의 내용이 이혼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거쳤다고 볼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면 더더욱 그렇죠. 이 이유로 앞서 판례에 언급한 재산액, 기여도, 재산분할 방법 등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추상적인 문구만 기재된 포기 각서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습니다.